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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의 길이 아무래도 경제적인 난관이 있긴 해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최고라 생각해요.
숨고가 만난 스물한 번째 사람
댄서, 리얼리티 (R.T)
혹은
숨고 방송댄스/스트릿댄스 레슨 고수, 박진정
춤을 언제 시작하셨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요. 전라북도 익산이 고향이에요. 거기서 H.O.T, 젝스키스 춤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 혼자 보고 따라 해서 추고... 그렇게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그냥 춤추는 게 좋았어요. 무작정 좋아하는 일을 찾아 18살에 서울로 올라왔고, 방송 백댄서 뽑는 곳을 무작정 찾아가서 들어갔어요.
백댄서 시절,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춤을 실컷 출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막내 댄서 시절 주얼리, 채정안 등 여러 가수의 무대에서 백업 댄서도 했어요. 배우고 싶었던 춤들도 다양하게 배우고요. 처음에 기본기 다질 때는 기초를 싫증 날 만큼 반복해서 해야 해서 힘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렇게 닦은 기본기가 지금 가장 큰 자산이에요. 정말 춤에 푹 빠져서 지냈던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거였죠. 저도 백업 댄서 할 때, 아르바이트를 따로 뛰었어요. 댄서의 길을 택하면 아무래도 경제적인 난관이 있긴 해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최고라 생각해요.
경제적 어려움을 말씀하셨는데, 지금까지 계속 춤을 놓지 않으셨나요?
사실 춤을 포기했던 적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가족들을 돕기 위해 천안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 공장에 취직했었죠. 한 2~3년 일하다가, 기흉이라는 병에 걸렸어요. 폐에 바람이 차는 병이라 하더라고요.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죽다 살아났죠.
그렇게 거의 죽다 살아나는 경험을 하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거, 진짜 하고 싶은 거를 하며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다시 댄서의 길로 돌아왔어요.
지금은 숨고에서 스트릿댄스, 방송댄스 레슨을 진행하고 계신데,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레슨, 그리고 개인 안무 만드는 데 주로 시간을 쏟아요. 오후 2~3시쯤 개인적으로 댄스 연습을 하기도 하고요. 다음 날 레슨이 있으면 학생이 원하는 곡, 댄스 스타일에 맞추어 레슨 준비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에요.
지금 합정동에 연습실이 있어요. 전북 익산에서 함께 춤추던 동네 형, 그리고 그 형의 친구랑 저, 이렇게 셋이서 함께 마련한 공간이에요. 주로 그곳에서 레슨을 하죠. 또 같이 새로운 안무를 짜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요. 만든 안무는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꾸준히 올리고 있어요. 다양한 커버댄스 영상도 제작해요. 방송 백업댄서팀 <자이언트 (GIANT)>라는 이름으로요.
그리고 백댄서 활동도 계속하고 있어서 공연이 정해지면 일정에 맞춰 연습도 해요. 요즘에는 옛날과 달리 솔로 가수가 적어서 백댄서가 필요한 무대가 상대적으로 적어요. 백업 댄서가 필요한 무대는 주로 성인가요, 즉 트로트 장르가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요즘 다음 달 나훈아 콘서트 준비를 하고 있어요.
고수님께 춤을 배우는 학생들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지금은 20~30대 직장인 분들이 많아요. 회사에서 치여 허덕이면서 짬 내어 춤을 배워보시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이하게도 제 학생 중 교대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병원 간호사분, 그리고 필라테스 강사분도 계시고요.
학생분들이 춤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것도 있겠지만, 진지하게 열심히 춤 연습을 하신답니다. 그래서 개인 레슨 수업이 즐거워요. 예전에 헬스장 GX 수업도 해봤었는데, 다이어트 목적이나 그냥 재미로 춤추러 오시는 분들을 가르치는 건 제 적성에 잘 안 맞더라고요. 저는 진지하게 춤을 대하는 분을 만날 때 기운이 나요. 조금 어려워도 끝까지 해보려고 노력하시는, 연습할 때 열정이 느껴지는 분들이요! 제가 춤에 대해 진지해서 그런 것 같아요.
요즘 여자분들이 중성적이고 파워풀한 댄스를 많이 배우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팝핀 댄스나 방탄소년단 안무 같은 거요. 이렇게 특정 춤을 배워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시면 저도 정말 신나게 수업하게 돼요.
특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으신가요?
간호사분이셨는데, 첫날 "저 정말 몸치에요.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쩔어' 안무를 춰보고 싶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일단 "세상에 몸치는 없다. 자신감 부족 때문이다."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드렸는데 방탄소년단의 '쩔어' 안무 난이도가 진짜 높은 편이거든요.
너무 어렵지 않으실까 걱정했는데, 이 분이 동영상도 엄청나게 많이 보고 예습, 복습도 철저히 해오시더라고요. 이미 박자를 숙지하고 오시니까 제가 디테일 잡아드리기도 수월했고... 얼마 전 이 안무를 마스터하셨어요. 정말 뿌듯했어요.
또 다른, 독특한 학생이 한 명 있었어요. 코스프레를 즐기는 20대 여자분인데, 빅스(VIXX) 도원경 부채 춤을 배우고 싶어 했어요. 나중에 잘 추게 되면 영상을 찍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주말마다 2시간씩 꾸준히 연습해서 결국 마스터하셨는데, 영상으로 남기셨는지 궁금하네요.
전문 댄서가 되고자 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경제적으로 힘든 게... 한국에서는 가장 힘든 거란 걸 잘 알아요. 그래서 나이 들면서 춤을 포기하는 분들도 많죠. 저도 포기했다가 다시 돌아온 경험이 있고요.
드리고 싶은 말씀은, 끝까지 참아보라는 거예요. 연습을 많이 하고, 열심히 하고, 그런 것보다도 끝까지 버티는 게 중요해요. 언젠가는 미래가 보이거든요. 댄서, 미래가 아예 안 보이는 직업은 아니에요.
고수님의 꿈이 궁금해요!
유명한 안무가가 되고 싶어요. 지금도 그래서 꾸준히 유튜브에 제가 짠 안무를 올리고 있는 거고요. 앞으로 제 안무가 많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추게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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